<수행의 디딤돌>(42) 요즘은 감기도 오고 어수선해서 게으름을 많이 피웠다. 페이스북에 올라가니 스님들의 ‘토굴’과 ‘대리기도’에 열토를 하는 것 같은데 거기에 관한 글을 써 볼까 한다. 한국에 와서 갓 출가했을 때였는데 도반이 자기토굴에 가자고 해서 아주 멋진 굴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갔더니 주택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인법당 식으로 된 포교당 이였다. 그 당시 너무 황당해서 이거 무슨 토굴이냐 주택이지 막 성질을 냈다. 후에 알고 보니 옛날에 스님들이 개인적으로 수행도 하고 쉬기도 할겸 작은 움막을 짓고 토굴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알고 됐다. 지리상으로 보면 한국은 습하기에 산굴을 파고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중국의 서북쪽이나 티벳 같은 곳은 지세도 높고 건조하여 그런 곳을 찾아보기 힘들지 않다. 중국 섬서성에 가보면 사람들이 굴을 파고 창문도 내고 출입문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사는데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그러니 ‘토굴’에 대해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거 같다. 내가 출가해서 제일 거부감을 느끼는 일이 기도였는데 강원에서 방학하고 본사에 돌아오면 기도를 피하기 위해 힘들더라도 후원에서 밥 짓는 공양주를 자청해서 살았다. 법당에 들어가 기도하는 것에 이해를 못하고 그것은 수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도를 위해 축원장을 읽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 그래서 나는 어딜 가나 법당에서 기도 하는 거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1년 넘게 기도소임을 살고 있다. 하나 명확하게 해둘 것은 머리 깎은 스님들은 무엇을 하나 승가를 대표하는 것이지 어느 개인을 대표하지 못한다. 그래서 스님들의 기도에는 스님개인의 이익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스님자신을 위해 부처님께 빌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수행뿐이다. 그래서 스님들의 모든 행위는 다 수행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신도들을 위해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린다 것은 무슨 뜻인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부처님을 통해서 빌어주는데 순수하고 사심이 없이 수행자로서 마음을 비우고 부처님과 인연 지어 주고 빌어주고 그 사람들이 잘 되면 다시 수행자에게로 회향할 수 있게 함으로 복을 짓게 하고 수행자들로 하여금 수행 잘 하도록 보시하고 보피 하며 이렇게 스님들과 신도들이 공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님들에게는 또 하나의 마음을 비우는 과정이고 삶에서 묻어내는 수행이 된다. 여기서 스님들이 부처님으로부터 빌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수행자들이 수행만 열심히 하고 다른 것은 부처님께 맡기면 부처님은 제자들이 기특해서 알아서 다 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걱정을 사서 해봤자 이득 되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것만 분명히 인지하면 수행에 큰 도움이 될턴데 말이다. 가끔 절에서 밤을 새가며 기도하는 신도들도 볼 수 있는데 스님들이 기도해 주는 거와 신도자신이 와서 기도하는 차이점을 소위 ‘대리기도’를 말하고자 한다. 신도들은 개인목적으로 절에 와서 기도를 하는데 일이 성사 됬다 해도 그 결과물은 자기개인으로만 국한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끝난다. 신도들의 회향이 자기한테 로만 가기에 수행의 인연을 짓는 것도 아니고 복을 짓는 것도 아니다. 부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도 수행자들에게 회향하여 복을 지으라고 해주는 것인데 그 이치를 모르기에 복 짓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절에 와서 기도를 하더라도 회향을 잘 해야 한다. 그러기에 신도들이 절에 와서 기도를 하면서 수행과 인연을 지어야 하고 마음 닦는 공부가 되여야 하고 수행자들이 해탈로 갈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는 큰 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기도자체도 아주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2월 16일
@o068b
4y ago
댓글 (0)